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여덟 달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색을 찾고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서울의 계절이 지나가는 동안 도시는 저에게 황토와 녹사, 붉은 흙과 검은 돌을 내어주었습니다.
"튜브를 짜는 대신, 돌을 갈았습니다. 그렇게 만든 색은 느리지만, 제가 서 있던 자리를 기억합니다."
SOL은 라틴어로 '태양'을 뜻합니다. 도시의 차가운 콘크리트 사이에서 주운 재료들이 모여 하루의 빛 한 조각이 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림의 이름을 SOL이라고 불렀습니다.
채집에서 완성까지, 그림 한 점이 지나간 길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습니다.
한강 모래사장, 북악산 기슭, 그리고 작업실 앞 골목의 흙을 주웠습니다. 날씨와 계절이 색을 결정합니다.
돌을 깨고, 물에 띄워 불순물을 가라앉히고, 막돌로 다시 갈아 고운 가루를 만듭니다. 한 색에 사흘이 듭니다.
아마인유에 안료를 섞어 붓에 올리기 전의 '색'을 만듭니다. 섞는 비율로 수십 가지 중간색이 태어납니다.
캔버스 위에 층을 올립니다. 밑색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한 층 한 층 SOL의 빛이 쌓입니다.
강남의 한 건물 9층, 작은 창 하나로 빛이 들어오는 방. 여기서 돌이 갈리고, 안료가 섞이고, 그림이 자랍니다.
한강의 모래, 북악산의 회색 돌, 성수동의 붉은 벽돌 부스러기. 도시가 버린 것들이 색의 시작입니다.
거친 돌을 막돌로 갈고, 체로 치고, 물에 띄워 가장 고운 입자만 가라앉힙니다. 한 색에 사흘이 걸립니다.
갈아 만든 안료를 아마인유에 섞어 붓에 올릴 수 있는 '물감'으로 바꿉니다. 비율이 색의 온도를 정합니다.
돼지 털 붓, 담비 털 붓, 그리고 직접 바른 아교의 캔버스. 도구도 재료처럼 천천히 선택합니다.
밑색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다음 층을 올립니다. 여덟 달 동안 SOL은 수십 층의 색으로 쌓였습니다.
서울의 여덟 달을 담은 첫 그림. 채집한 열두 색이 한 폭 위에서 만납니다.
같은 재료라도 가공 전과 후는 전혀 다른 얼굴입니다. 왼쪽은 채집한 그대로, 오른쪽은 갈고 섞어 만든 안료입니다.
채집 장소 · 한강 모래사장 / 북악산 기슭 · 2026년 봄
한강 모래사장, 4월. 첫 번째 색. 약간의 모래가 섞여 거친 입자.
북악산 기슭의 회청색 돌. 갈수록 짙은 남색이 됩니다.
남산 돌담의 이끼. 말려 갈면 흙녹색이 됩니다.
서울 곳곳의 채집지를 표시했습니다. 표시를 누르면 그 장소에서 주운 재료와 색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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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 표시는 제가 직접 걸어 다닌 자리입니다. 한강에서 시작해 북악산, 성수동, 남산으로 이어지는 네 번의 산책이 SOL의 색 팔레트를 정했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이 다르면 색이 달라집니다. 봄의 황토와 가을의 황토는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각 채집지에는 날짜와 날씨가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보관함에서 메모 읽기 →여덟 달의 채집과 채색이 한 폭에 머물렀습니다. 열두 색이 층층이 쌓이며 만든 서울의 하루입니다.
유화, 캔버스 위 천연 안료 · 72.7 × 90.9 cm · 2026 · 강남 작업실 소장